“기업의 데이터를 정제하라.”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는 기업에게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는 것이 성공 사례를 거의 찾아보기 힘든 과거 CRM 프로젝트에서 배운 교훈이다. 타깃 마케팅을 위해 구축된 CRM은,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들로 인해 ‘고객관리’라는 CRM의 도입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실패한 프로젝트로 평가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기업이 데이터 통합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RP, CRM, SCM 등 여러 업무 애플리케이션에서 생성된 수많은 데이터를 통합할 필요성과 더불어, 기업이 실시간으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비즈니스 환경을 맞이하면서 데이터 통합의 요구가 더욱 높아졌던 것.

즉, 많은 기업들이 정보 관리 인프라로부터 최상의 가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서로 다른 정보 소스의 통합 뿐 아니라 기업 내 공유되는 데이터의 일관성, 품질 및 의미에 대한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데이터 품질 관리’라는 새로운 과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가트너가 데이터 통합의 주요 트렌드를 발표한 자료나 IBM이 지난해 조사한 자료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시장 조사 업체인 가트너가 최근 발표한 데이터 통합 주요 사용 트렌드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올해 88%의 기업이 데이터 통합 분야에 투자할 것이라 응답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IBM이 지난해 1800명의 전 세계 글로벌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조사에 의하면, IT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 중 가장 기대되는 혜택으로 정보 가용성(Information Availability)이 꼽혔다. 그러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CFO의 25%만이 비즈니스 전반에 걸친 고객 정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다고 대답해, 기업이 IT 시스템 투자를 통해 얻는 이익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한 시장 조사 결과처럼, 기존에는 원하는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해 ETL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현재는 유효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데이터 품질 관리를 염두에 둔 데이터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업무 프로세스 표준화와 메타데이터 관리가 데이터 통합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인포매티카코리아 이영수 지사장은 “과거의 데이터 통합은, 기업 시스템 내 전 데이터를 표준화된 기준에 따라 통합한다기보다, 데이터를 매핑하거나 DW에 이전한다는 개념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현재는 데이터를 분석해 도출, 가공된 정보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데이터 품질 유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데이터 통합, 제2의 IT ‘인프라’
사실 이전까지의 데이터 통합은 기업이 BI(Business Intelligence)나 CRM 등에 필요한 정보로 분석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기업의 데이터를 가공해 보다 상위 개념인 정보(Information)로 만들어 기업이 목표하는 비즈니스 의사 결정의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타깃 마케팅을 하기 위한 중간 단계에 지나지 않았던 것.

하지만, 정확한 데이터의 가공 없이 시작했던 CRM이나, BI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수많은 데이터 통합은 기업의 전체 데이터가 아닌, 일부 업무 부서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했기에 소기의 성과를 이루지 못했고, 특히 실시간 기업 구현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현재의 데이터를 즉시 분석, 정확한 정보로 가공해내야 하는 필요성이 높아져 전사 데이터 통합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이러한 흐름에 부응해 기구축된 ETL을 재편하는 프로젝트가 현재 진행되고 있으며, 비즈니스 전략의 일환으로 데이터 통합이 인식면서 복잡한 비즈니스 요건에 따라 기업의 조직이 전사 차원에서 모든 유형의 데이터에 접근 가능하게끔 데이터 통합 프로젝트를 검토하거나 시행하고 있다.

현재의 데이터 통합 이슈는 데이터의 품질 관리를 통해 TCO 절감이나 마스터 데이터 관리, 데이터의 패턴을 분석해 이상현상이 발생한 경우 경보 기능을 갖춘 컴플라이언스까지도 논의되고 있다.

무엇보다 데이터 통합 이슈가 보다 명확한 기준을 갖추면서 데이터 통합을 위한 벤더들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과거 CRM이나 BI를 수행하기 위한 단발성 프로젝트에서, 기업의 전체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품질까지 관리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수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데이터 품질관리(Data Quality Management)에 관한 요구가 많아졌는데, 지금까지 DI는 이기종 시스템으로부터 데이터 추출, 데이터 평가 및 리포팅 기능을 제공해왔으나, 최근 사용자들은 툴에 의한 데이터 클렌징을 포함해 데이터 품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병합(Consolidation), 데이터 자동화(Automation)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많은 기업이 표준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의 이력을 관리하는 메타데이터 관리로 귀결되는데, 하나의 데이터 변경이 발생할 경우 이 데이터와 관련된 모든 테이블을 변경하게 된다.

인포매티카코리아 이영수 지사장은 “대기업일수록 데이터 양이 많고 복잡하다. 트랜잭션 처리량만 해도 엄청나기 때문에 DB들간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하며 모든 인프라를 알지 못하면 데이터를 통합할 수 없어 기업의 비즈니스를 이해할 수 있는 컨설팅 회사와의 협력 또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총성 울린 데이터 통합 프로젝트
데이터 통합은 이미 시작됐다. 데이터 통합 프로젝트는 데이터의 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금융, 제조, 통신 뿐 아니라 유통, 공공 등 전 산업 영역에 걸쳐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인수 합병이나 조직개편, 경영 혁신 요구, 그리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위해 신뢰할 만한 정보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비즈니스 인텔리전스에 대한 욕구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경우 정보 인프라의 근간이 되고 있는 DW/EDW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CRM을 확대 재편성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기존의 DW와 CRM이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의 소스를 확보하는데 충분치 않다는 문제점이 지적됨에 따라 그 해결책으로써 데이터 통합 필요성이 특히 강조되고 있는 것.

한국NCR테라데이타 이지은 과장은 “2000년과 2001년을 기점으로 EDW의 커스터마이징이 완료되거나 현재 기존 시스템을 보강하는 단계로, 하반기 2차 프로젝트인 국민은행과 내년 시작될 하나은행 등이 남아있어 데이터 통합의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제조와 유통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형국으로 DW, 차세대, ERP 콘솔리데이션 등이 주요 데이터 통합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포스코 같은 제조시장의 경우 그룹사와 전사 차원의 데이터 품질관리와 메타데이터 관리를 통해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인포매티카코리아 이영수 지사장은 “포스코 같은 경우, 만약 상품 한 가지가 문제가 돼 고객 불만이 접수됐다면 이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이 원인이 수주가 된 순간이지 아니면 원료 입고 순간인지, 데이터를 잘못 끌어왔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십개의 DB를 모두 뒤져야 하는데 이는 포스코 자체에서는 인력 낭비와 시간낭비 나아가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는 문제며, 포스코의 고객 또한 문제가 생겨 메타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성과관리를 위한 BSC나 임원정보시스템인 EIS도 이런 프로젝트를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 데이터 통합을 근간으로 BSC 마트를 구현할 수 있어 데이터 통합 프로젝트가 전사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전략적 파트너십 통해 시장 활로 ‘개척’
현재 데이터 통합 프로젝트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데이터 통합 벤더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더불어 기존 BI 벤더들이 데이터 통합 솔루션을 보강하며 정식으로 데이터 통합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지난해 1월 한국 지사를 설립한 인포매티카는 데이터 통합을 위한 기술력과 제품군을 갖추고, 데이터 통합 작업이 대단히 복잡하고 많은 기술을 요하는 만큼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컨설팅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데이터 통합 시장을 이끌기 위한 준비 태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인포매티카는 지난 5월, 글로벌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있는 NCR테라데이타, 인포매티카, 비즈니스오브젝트, 선녹시스 등과 내부 교육을 진행하고, EDW 고객사를 데이터 통합과 연계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데이터 품질 관리의 이슈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데이터 품질관리를 위해 인수한 시밀레터리의 기능을 추가한 제품을 올 4분기 경 출시할 계획이다.

한국IBM은 인포매이션 온 디맨드(Information On Demand)라는 글로벌 정보 관리 전략을 통해 ETL로 알려진 대량 데이터에 대한 배치 중심형 데이터 통합 전략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 데이터 전달에 있어서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요구가 급증하고, 이벤트 주도형의 인프라가 성장함에 따라 근접 실시간 혹은 실시간 데이터 통합을 위한 EII 그리고 EAI로 구분하고 있다. 또한 통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뷰를 가진 전사적 싱글 버전 데이터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데이터 통합 전 과정에 걸쳐 데이터 품질 관리 요구 또한 실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IBM 아태지역 정보통합솔루션 스콧 크로포드 전략 이사는 “한국 시장은 IBM 정보통합 솔루션에 있어 수 년간 매우 성공적인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제조, 금융, 공공을 중심으로 다수의 산업 영역에 걸쳐 성공적으로 솔루션을 공급 및 구축해 왔으며, 앞으로도 파트너 사와의 긴밀한 협력은 데이터 통합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적인 부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W 업체인 사이베이스는 인수 합병을 통해 DI 시장 진입을 꾀하고 있다. 사이베이스는 2000년에 EAI 솔루션 업체인 네온(NEON) 인수, EII 솔루션 업체인 아바키(Avaki) 인수에 이어, 올초 SAP용 데이터 추출 솔루션인 솔론데(Solonde)를 인수했다.

BI 벤더에서 DI 솔루션 벤더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SAS코리아와 비즈니스오브젝트의 추격도 거세다.

SAS코리아의 경우 바젤II, 활동기준원가관리(ABM), 성과관리(CPM)등 BI 분야별로 파트너를 확보해 솔루션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또 올 초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통합 솔루션 기술 교육을 마쳤다.

비즈니스오브젝트는 EIM 솔루션 외 위세아이텍, 인우기술, PFC, 솔루텍 등 핵심 파트너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 공공 시장을 비롯해 금융권, 제조, 물류유통 분야 등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데이터 통합이 주요 이슈로 부상될 전망이다. 물론 많은 프로젝트가 EDW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는 하나, 기업의 전사적 데이터 통합이 IT 투자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를 날이멀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INTERVIEW ㅣ 비즈니스오브젝트코리아 세일즈 컨설턴트 길진찬 상무

“BI 벤더의 DI 통합 시장 공략 시작됐다” 많은 BI 벤더가 리포팅 툴이나 분석을 위한 시뮬레이션 기능은 갖추고 있었지만 전문 DI 벤더가 아니기 때문에 대용량의 데이터를 핸들링할 수 없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비즈니스오브젝트는 어떤가. 그런 약점이 있기 때문에 인수 합병을 지속해오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오브텍트는 올해 EIM(Enterprise Information Management) 전략을 위해 제품군을 통합해 새롭게 출시했다. 특히 데이터 인터그레이터(Data Integrator) XI R2는 과거 ETL 엔진에 집중됐던 DI 솔루션이 아니라 실시간 엔진, 프로파일링(Profiling) 엔진, CDC(Changed Data Capture) 모듈까지도 기본 사양으로 통합제공하고 있어 기업의 ROI를 극대화하기 위한 제품이다. BI 벤더인 비즈니스오브젝트가 EIM 등을 출시하면서, DI 벤더로 변모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오브젝트는 BI 벤더로서, 데이터를 통합해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솔루션을 새롭게 출시하는 것이다. 비즈니스오브젝트는 통합 BI 플랫폼 제공을 통해 엔드 투 엔드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전략의 일환으로 EIM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많은 기업이 조직의 성과관리(EPM, Enterprise Performance Management)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비즈니스오브젝트는 이런 EPM의 핵심이 이기종의 시스템으로부터 데이터를 추출, 통합할 수 있는 DI 능력에 달렸다고 판단하고 EIM에 역량을 쏟고 있는 것이다.

INTERVIEW ㅣ인포매티카코리아 이영수 지사장

“ERP 통합 프로젝트까지 꿈꾼다” 현재 데이터 품질관리나 메타데이터 관리 등 데이터 통합이 양상을 달리하고 있다. 국내 데이터 통합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에서는 EAI를 통해 애플리케이션 연동과 그에 의한 데이터 통합 가능성이 기대됐으나 EAI는 애플리케이션만을 통합할 수 있기 때문에 레거시 시스템 환경이 많은 국내에서는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필요했다. 이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시간 ERP 통합(Real Time ERP Integration)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고객이 이러한 요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한 준비를 다양하게 진행해오고 있다. 하지만 인포매티카가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데이터 통합은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의 구분이 없는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 통합 시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궁극적인 데이터 통합은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상용화된 소스들과의 통합이라고 강조했는데, 그렇다면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 금융권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 프로젝트 또한 결국은 데이터 통합 프로젝트다. 예를 들면 메인프레임의 오픈 시스템 전환 시 수행하는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등이 이에 해당되며, 새로운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 데이터와 새로운 데이터의 결합 등이 요구된다. 또한 제조업에서도 이런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ERP를 구축한 이후 생산라인으로부터 발생되는 데이터와 ERP로부터 발생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기 원하는 대형 제조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통신 시장의 경우 유례 없는 대규모 통합 프로젝트가 발생할 것이다. 현재 SK텔레콤 등이 진행중에 있으며 우리나라의 통신 업체들이 세계적인 규모를 가지고 있기에 기존 방식으로 데이터를 가공, 통합할 수 없다. 데이터 통합 벤더 입장에서도 엄청난 시장이 될 것이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 공공 시장에서도 DW 프로젝트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 규모는 작지만 정부가 유비쿼터스 환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향후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관련 프로젝트가 일어난다면 단순히 한 기관의 데이터 통합이 아닌, 국가 전체의 데이터 통합 프로젝트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에서는 주로 ERP 통합 프로젝트에서 데이터 통합이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은 데이터의 부분적 통합 혹은 변형 기술이 요구됐으나 업무 애플리케이션이 매우 다채로워지고 그로부터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며 상호 애플리케이션 간 데이터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