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관계관리(CRM) 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면서 올해 국내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많은 이슈를 던져줄 전망이다. 2002년 이후 장기간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했던 CRM 시장은 막연한 기대감을 접은 기업들의 실속 있는 CRM 적용 추세를 전제로 중견ㆍ중소기업, 공공기관에 이르는 저변 확대와 함께 대기업의 업그레이드 프로젝트가 이어질 전망이다. 또 최근 확산되고 있는 온라인애플리케이션임대(ASP) 서비스 역시 관심사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10%대 성장=IT시장조사기관인 KRG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CRM 라이선스 시장규모는 2004년(198억원) 대비 14.6% 증가한 227억원을 형성한데 이어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10.4% 성장한 251억원으로 2년 연속 두자리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두자리 수 성장 예측치에 대해 KRG는 CRM 시장이 파일럿 프로젝트 개념을 벗어나고 있는 중이고, 금융ㆍ통신 업종의 차세대 마케팅 시스템 구축 등 대형 프로젝트 발주와 함께 특히 기존 CRM을 구축한 기업들이 고도화를 위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산업별로는 금융, 통신 유통에서 공공, 제조, 서비스 업종으로 확산이 예상된다. 공공부문의 경우 대국민 서비스 강화를 위한 정책고객관계관리(PCRM) 고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제조분야는 ERP 도입 기업을 중심으로 CRM 도입 증가가 예상된다. 또 서비스 분야는 인터넷 서비스, 쇼핑몰, 사이버 대학 등 고객 접근이 활발한 분야의 CRM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CRM 성장 기대요인=김정수 공영DBM 사장은 "국내 CRM 분야는 초창기에 대기업의 대형 프로젝트가 시장을 이끌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중소기업의 확장이 예상된다"며 "그동안 진행한 3만개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을 통해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도입한 많은 중소기업 중 일부가 포스트 ERP 개념으로 CRM 도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관심의 대상이며, 이미 중견 기업군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CRM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속속 도입을 하고 있는 상황"고 말했다.
박윤표 DNI컨설팅 이사는 국내 CRM 시장의 성장 요인으로 공공, 제조, 교육(사이버 대학) 산업의 수요 증대가 기대되며, 기존에 CRM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의 경우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따라 업그레이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한다. 또 중견ㆍ중소기업의 정보화 확대, 전사적 차원의 CRM 전략 수립, 체계적인 투자회수율(ROI) 관리의 확대 등도 성장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KRG는 그간의 실패과정을 통해 기업들이 충분한 학습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CRM 성장 가능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다른 관심, ASP=ASP나 온디맨드형 CRM 서비스가 부상하는 것도 올해 변수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CRM ASP 기업인 미국의 세일즈포스닷컴이 한국 지사를 설립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SAP코리아가 최근 중견기업을 타깃으로 ASP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국내 기업인 공영DBM과 BICNS가 각각 데이콤, KT와 손잡고 ASP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ASP 방식의 CRM 서비스가 확산 일로를 걷고 있다. 이밖에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속속 ASP와 온디맨드 기반의 제품을 선보였거나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데이콤 이비즈마트 플랫폼을 통해 CRM ASP 서비스를 시작한 김정수 공영DBM 사장은 "기업들이 정보 유출 등을 우려해 여전히 ASP 방식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데이콤 이비즈마트, KT 비즈메카 등 통신사업자의 CRM ASP 서비스와 세일즈포스닷컴의 국내 서비스 등 ASP 방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 CRM 시스템만 ASP 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캠페인 활동, 운영인력 등 다양한 아웃소싱 방식의 확대 또한 눈에 띠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달라지는 CRM 도입추세=전문가들은 최근 CRM을 도입, 운영하는 기업들은 실제로 고객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떻게 CRM을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CRM을 통해 채널과 마케팅의 변화, 수익성 창출, 기업 경쟁력 강화 등 기업 생존에 핵심인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사적인 차원의 전략을 수립하고 ROI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뒤따르면서 CRM의 질적 도약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00년을 전후해 일부 대기업들이 선도적으로 대규모 CRM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당시 진행됐던 대형 프로젝트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CRM 도입을 검토하던 많은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CRM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고, 이는 곧 관련시장의 깊은 침체기로 이어진 바 있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무리하게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보다는 반드시 필요한 활용기능을 부분적으로 선택, 도입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이같은 추세는 과거와 같은 CRM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로 이어지지 않는 대신 CRM의 실효성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늘어나는 효과를 줘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과거와는 달리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강동식기자@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