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적립금 너무 많아 경영 위협

도쿄 이케부쿠로의 빅카메라점 모습. 상품마다 "더 많은 금액을 포인트 적립형태로 되돌려준다"는 광고 문구가 붙어있다.     도쿄 이케부쿠로역 동쪽 출구로 나오면 2개의 초대형 가전제품 판매점이 눈에 들어온다. 일본 최대의 전자제품 판매 체인점인 ‘야마다전기’와 경쟁업체 ‘빅카메라’의 초대형 매장이다. 이 매장들이 들어서면서 이케부쿠로는 전자제품 판매 거리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아키하바라를 제치고 가장 유명한 전자제품 판매 거리가 됐다. 상징성이 큰 곳인 만큼 이곳에서 승부를 보려는 야마다전기와 빅카메라의 경쟁도 치열하다. 이 매장들의 경쟁 수단은 ‘포인트’다. 매장에 내건 가격은 바꾸기 쉽지 않으니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사실상 할인을 해주는 것이다. 닛케이비즈니스는 포인트 전쟁이 과열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케부쿠로의 두 대형 전자판매점을 사례로 들었다. 야마다전기 매장에서 ‘충격 할인, 타 점포를 압도하는 가격’이란 광고 문구가 붙은 TV를 보자. 이 상품의 정가는 13만2800엔이다. 포인트 적립은 정가의 20%(2만6560엔)다. 야마다 매장에서는 “빅카메라 매장에선 가격이 14만1800엔인 데다 포인트 적립도 20%(2만8360엔)라 우리가 7200엔 싸다”며 구매를 종용한다. 권유를 뿌리치고 빅카메라에 가서 경쟁사의 동일 제품 가격은 이렇다고 말하면 직원들은 “사장님께만 21% 적립해드립죠”라는 제안을 한다. 다시 야마다전기에 가서 빅카메라에서 21% 적립을 제시했다고 하자 “그럼 저희는 25%까지 해드리겠습니다”라고 응수한다. 결국 가격은 9만9600엔까지 떨어졌다. 30분 만에 무려 25%의 포인트 적립을 얻어낸 것. 줄어든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며 이처럼 경쟁적으로 포인트 추가 적립에 나서다보니 ‘포인트 디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포인트 적립이 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포인트 적립이 늘어나면 고객 입장에선 좋은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업들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포인트를 나중에 사용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느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항공(JAL)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 같은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회사 측에서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고객들은 ‘하루빨리 써버리자’는 생각뿐이다. 잡지는 포인트가 넘쳐나지만 이를 믿고 신뢰하는 사람은 날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포인트 규모가 워낙 커진 것도 불안하지만 앞으로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과 함께 기업들 입장에서는 더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포인트 적립금은 ‘포인트 충당금’ 명목으로 일정 수준의 금액을 챙겨놓으면 됐다. 그러나 IFRS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포인트 발행에 상당하는 금액을 매출에서 차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포인트 적립금은 따로 부채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케부쿠로의 야마다전기 매장을 사례로 들면 매출이 9만9600엔으로 줄고 부채는 3만3200엔이 되는 셈. 기업규모와 회계구조 변화에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부채가 증가하면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세 가지 사례에서 보듯 포인트는 이제 기업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잡지는 포인트를 잘 활용하는 길이 있다고 조언한다. 바로 연합을 통한 대형 포인트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과당 경쟁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포인트의 본래 목적대로 고객을 다시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 이미 이 같은 시도가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홍콩의 대표적 교통카드인 ‘빠다퉁(팔달통)’은 충전을 통해 재활용도 가능하고 거의 대부분 상황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하나로 통합된 시스템을 쓰다 보니 과당경쟁도 줄고 소비자들 역시 소액결제에서 포인트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그만큼 급작스런 포인트 환급에 대한 염려는 줄어드는 것. 잡지는 빠다퉁에 사용된 기술이 일본 기술이라며 “일본이 이미 갖춰진 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용하면 골칫거리 포인트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마일리지를 줄이기 위해 서비스 축소 및 개편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롭게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함을 일본의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Nikkei Businessⓒ 2월 1일자 기사 전재 [매일경제 경제부 = 정욱 기자 woo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4 합본호(10.02.17/24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