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이야 물론 어느 회사나 내부 사정에 따라 늘상있는 일이다. 또한 시장의 변화에 따라 신축적으로 조직을 운용하는 것은 회사로선 당연하기 때문에 그 자체에 크게 의미를 둘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은 예전과는 좀 의미가 달랐다.

다름아닌 고객과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다소 생소한 내용의 조직개편을 진행한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예상했던 목표 매출치를 크게 달성하지 못했다. 그것이 이번 조직개편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조직개편의 핵심은 고객접점 채널에 맞췄다. 경기침체로 인해 올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것으로 보고 신규 고객보다는 기존 고객에 대한 로열티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지금까지 이 회사는 기존 영업조직이 주로 고객을 응대해왔다. 이를테면 각자 영업대표들이 자신이 맡은 고객사를 전담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회사내 '비영업조직'도 고객으로부터의 제품 문의, 유지보수 서비스, 시장동향, 기술동향 등 각종 사안에 대한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제공하도록 시스템화 시켰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SMB), 공공부문, 해외사업 등 회사내 각 파트별로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물론 이것을 순수하게 고객과의 소통 강화로 볼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영업강화 전략으로 봐야 할 것인지는 각자의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

또한 과연 회사내 모든 조직의 기존의 영업조직만큼 민첩하게 고객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오히려 영업조직과 일반 지원조직과 손발이 맞지않아 고객에게 혼선을 주고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얻고자하는 효과는 논리적으로 매우 간단하다.

'고객과의 소통'강화 전략이 성공할 경우, 고객들의 만족도는 당연히 높아지게 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보다 시장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이같은 고객 접점확대 전략이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고객이 궁금해하고 가려워하는 부분을 직접적으로 응대하기위한 이 회사의 전략적 사고의 전환은 긍정적인 평가를 줄만하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통'을 단순한 정치적 수사 쯤으로 여긴다.

어디가나 '소통'을 강조하지만 정작 소통이 뭘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엄밀히 말하면 '소통'이란 단어 자체에도 감흥 또는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무엇은 없다.

하지만 '소통'이란 단어를 천천히 들여다보고 음미하다 보면 거기에는 분명히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CRM(고객관계관리)툴, 내부 조직 운영전략이 내장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소통'을 IT기업들이 시간을 두고 그 의미를 진지하게 음미해 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